전기공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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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전선에서 HFIX(저독성 난연 가교폴리올레핀 절연전선)로 바뀌면서 현장에서 전선관 입선(풀링)할 때 전선이 뻑뻑하게 걸리는 이유와 해결책(윤활제 사용법)

 

 

 

1. HFIX 전선이 입선할 때 뻑뻑한 이유

HFIX(저독성 난연 가교폴리올레핀 절연전선)가 기존 HIV(난연성 염화비닐 절연전선)에 비해 유독 배관 입선(풀링) 시 뻑뻑하고 마찰이 심한 이유는 피복 재질의 화학적 성분, 물리적 경도, 그리고 배관 내부의 역학적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물리적·화학적 원인으로 세분화하여 상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재질 자체의 높은 표면 마찰계수 (폴리올레핀 vs PVC)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전선 피복을 구성하는 기초 원료(Base Polymer)의 분자 구조적 차이에 있습니다.

  • 기존 HIV (PVC 재질) : PVC(염화비닐)는 분자 구조상 표면이 비교적 매끄럽고 유연하며, 가소제(Plasticizer)가 포함되어 있어 자체적으로 약간의 윤활성을 가집니다. 배관 내벽과 마찰할 때 미끄러지듯 통과하는 성질이 강합니다.
  • HFIX (폴리올레핀 재질) : HFIX의 주원료인 폴리올레핀(Polyolefin)은 분자 간의 응집력이 강하고 표면 에너지가 낮아, 물체와 접촉했을 때 미끄러지지 않고 끈적하게 버티는 표면 마찰계수(Coefficient of Friction)가 PVC보다 훨씬 높습니다. 만졌을 때 '뽀드득'하거나 서글서글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2) 대량의 무기 난연제(수산화화합물) 배합

HFIX는 할로겐족 원소(클로로, 브롬 등)를 배제하면서도 친환경 난연 성능을 달성해야 하므로, 피복 내부에 수산화마그네슘(Mg(OH)2)이나 수산화알루미늄(Al(OH)3) 같은 무기 난연제를 대량으로 섞어 넣습니다.

  • 표면 거칠기(Roughness) 증가 : 이 무기 분말(난연 첨가제)들이 폴리올레핀 수지와 섞이면서 전선 피복 표면을 미세하게 거칠고 까칠까칠하게 만듭니다.
  • 사포 효과(Sandpaper Effect) : 거친 전선 표면이 PVC 전선관이나 CD관 내벽과 마찰할 때, 마치 고운 사포를 대고 긁는 것과 같은 강한 저항을 발생시킵니다.

 

3) 가교(Cross-linking) 구조로 인한 높은 경도와 뻣뻣함

HFIX의 'X'는 가교(Cross-linked)를 의미합니다. 이는 선형 분자 구조를 화학적·열적 처리를 통해 그물망(망상) 구조로 결합한 것입니다.

  • 유연성 저하 : 가교 구조가 완성되면 분자 유동성이 줄어들어 피복이 매우 딱딱하고 뻣뻣해집니다(경도 상승).
  • 복원력(탄성 메모리)의 부작용 : 전선이 롤 형태로 말려 있다가 풀릴 때 원래의 굽은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메모리 현상)이 HIV보다 강합니다. 뻣뻣한 전선이 배관 속으로 들어가면 곧게 펴지지 않고 스프링처럼 배관 내벽을 강하게 밀어붙이게 됩니다.

 

4) 배관 굴곡부에서의 구조적 마찰 증폭 (측압 상승)

전선이 직선 구간을 갈 때는 큰 문제가 없으나, 엘보(Elbow)나 곡선 배관(구부러진 CD관)을 통과할 때 HFIX의 단점이 극대화됩니다.

  • 강한 측압(Sidewall Pressure) 발생 : 전선이 뻣뻣하기 때문에 곡선 구간에서 유연하게 휘어지지 않고, 배관 외측 곡면을 강하게 내리누르며 통과하게 됩니다.
  • 마찰력의 법칙: 물리적으로 마찰력은 F = μN (마찰력 = 마찰계수 x 수직항력)입니다. HFIX는 앞서 언급한 대로 마찰계수(μ)도 높은데, 뻣뻣함으로 인해 배관을 누르는 힘(N)까지 커지므로 최종 마찰력(F)이 HIV에 비해 수 배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는 것입니다.

 

5) 전선 간의 상호 간섭 (쐐기 현상)

배관 하나에 여러 가닥의 전선을 동시에 넣을 때 HFIX의 높은 마찰력은 전선과 배관 사이뿐만 아니라 전선과 전선 사이에서도 발생합니다.

  • 서로 물고 늘어지는 현상 : 입선 중 전선이 내부에서 살짝 꼬이거나 교차할 때, 표면이 거친 HFIX 전선끼리 서로 꽉 맞물리면서 배관 내부를 채우는 쐐기(Wedge)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 상태에서 뒤에서 밀거나 앞에서 당기면 전선들이 서로를 압착하여 배관 내부에 완전히 끼어버리는 압착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2. 현장 해결책: 입선 윤활제(풀링 젤) 올바른 사용법

HFIX 전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입선 윤활제(풀링 젤)를 단순히 전선에 대충 묻혀서 밀어 넣는 방식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높은 마찰계수와 뻣뻣한 경도를 이겨내기 위한 현장 중심의 올바른 윤활제 사용법과 단계별 프로세스를 상세히 설명해 드립니다.

1) 전용 윤활제(슬립제) 선택 가이드

현장에서 흔히 쓰는 주방세제(퐁퐁)나 WD-40, 그리스 등은 절대 금지해야 합니다.

  • 주방세제 : 건조 후 끈적한 수분과 찌꺼기가 남아 전선끼리 늘어붙게 만들며, 수분이 배관 내에 고여 절연 저하를 유발합니다.
  • 유성 제품(WD-40 등) : 석유계 성분이 HFIX의 폴리올레핀 피복을 화학적으로 팽창시키거나 삭게 만들어 장기적인 절연 파괴의 원인이 됩니다.
  • 현장 권장 : 반드시 수성(Water-based) 입선 전용 윤활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HFIX 전선의 높은 마찰력을 억제하기 위해 불소 화합물이나 실리콘 성분이 강화된 HFIX 전용 슬립제가 나와 있으므로 이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2) 입선 윤활제 올바른 단계별 도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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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작업은 보통 전선을 당기는 인장조(앞)와 전선을 정렬하고 밀어 넣는 인입조(뒤)로 나뉩니다. 윤활제 도포의 핵심은 인입조의 역할에 있습니다.

[1단계] 선단부(헤드) 및 스타킹 집중 도포

  • 작업 방법: 전선 가닥들을 묶은 선단부(풀링 그립, 안내선 결속 부위)와 스타킹 부위에 윤활제를 아끼지 말고 듬뿍 바릅니다.
  • 이유: 배관 진입 초기에 전선관 내벽에 윤활제를 최초로 묻혀주며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2단계] 인입 전선의 '연속 코팅' (지속적인 공급)

  • 작업 방법: 인입조 작업자는 매끄러운 장갑(코팅 장갑 등)을 끼고, 손바닥에 윤활제를 수시로 덜어 배관으로 들어가는 전선 몸통을 움켜쥐듯 훑으며 연속으로 도포해야 합니다.
  • 주의 처방: 전선 한곳에만 뭉텅이로 바르면 배관 입구에서 다 밀려 나가고 정작 배관 내부에는 윤활제가 묻지 않습니다. 얇고 고르게, 전선 전 표면에 막을 형성하듯 지속적으로 묻혀가며 밀어 넣어야 합니다.

[3단계] 굴곡부 전방 '배관 내부 사전 주입'

  • 작업 방법: 거리가 길거나 엘보(90도 곡선) 구간이 많다면, 전선에만 바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배관 구멍 내부로 윤활제를 꾹 짜서 밀어 넣은 후 작업을 시작합니다.
  • 효과: 전선이 배관을 통과하면서 내부에 주입된 윤활제 덩어리를 밟고 지나가기 때문에, 가장 마찰이 심한 굴곡부 내벽에 자동으로 윤활 코팅이 입혀집니다.

[4단계] 중간 풀박스(Pull Box)에서의 재도포

  • 작업 방법: 구간이 길어 중간 풀박스를 거쳐 갈 때는, 앞 구간을 통과하면서 윤활제가 이미 다 닦여 나간 상태입니다. 풀박스에서 전선을 다시 인입할 때 새 전선을 넣는다는 생각으로 윤활제를 통째로 재도포해야 합니다.

 

3) 마찰력을 최소화하는 현장 노하우 (윤활제 효과 극대화)

  • 물 믹싱(Mixing) 테크닉 : 날씨가 너무 건조하거나 젤이 점도가 높아 뭉칠 때는, 분무기로 전선 표면에 물을 살짝 뿌려가며 윤활제를 바르면 젤이 얇고 넓게 퍼지면서 미끄러짐 성능이 극대화됩니다.
  • 작업 후 즉시 청소 : 배관 입구 주변이나 풀박스에 묻은 윤활제 잔여물은 걸레로 즉시 닦아냅니다. 수성이라 가만두어도 마르지만, 마르기 전에는 매우 미끄러워 현장 작업자의 낙상 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적정량의 법칙 : 무조건 많이 바른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전선관 내부 단면적의 여유가 없을 때 윤활제를 과도하게 밀어 넣으면, 오히려 윤활제 자체가 배관 내부에서 압착되어 전선의 진입을 방해하는 '유체 저항'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전선 표면을 코팅한다는 느낌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입선 작업을 원활하게 하는 추가 팁

윤활제 사용 외에도 작업 공정에서 아래 사항들을 주의하면 뻑뻑함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배관 곡률 반경 준수 : HFIX는 뻣뻣하기 때문에 CD관이나 PVC 전선관 배관 시 굴곡진 부분의 곡률 반경을 최대한 완만하게(전선관 내경의 6배 이상) 시공해야 합니다.
  • 꽈배기(꼬임) 방지 : 여러 가닥을 동시에 풀링할 때 전선이 배관 내부에서 서로 꼬이면 HFIX 특유의 높은 마찰력 때문에 그대로 끼어버립니다. 입선 전 전선을 바르게 펴고, 진입조가 전선이 꼬이지 않도록 정렬하며 밀어 넣어주어야 합니다.
  • 적정 전선관 점유율 준수 : HIV 기준으로는 여유 있게 들어가던 배관 규격도 HFIX 기준으로는 뻑뻑할 수 있습니다. 내선규정에 따른 전선관 단면적 점유율(여러 가닥인 경우 32~48% 이하)을 엄격히 준수하거나, 현장 여건에 따라 한 치수 큰 전선관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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